

나는 *리단길, *로수길이라는 명칭이 싫다. 천년고도 경주,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득시글한 도시의 관광상품이 된 카페거리에 이태원 경리단길이라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의 이름을 붙인 한심한 미적 감각. 한때의 시류라거나 그저 사람들이 붙인 자생적 명칭이라 해도, 그 지역을 관리하는 지자체나 문화단체에서라도 황리단길이라느니 금리단길이라느니 하는 몰개성한, 비이성적 명칭은 좀 버리고 새 이름으로 치장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또 이렇게 생각을 해봐도, 지차체에서 나서서 한다는 것이라곤 뭐...오색빛길 새나래길 등등...딱 해선 안되는 길로 가는 그림이 그려지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리단길 *로수길이란 명칭이 달갑지 않다. 그래서 그 길들을 가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황오동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황오동은 황오동이다. 아직은 말이다.



그래서 들른 것은 황오동 재생사업의 상징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는 보우하사 카페다. 대문에서부터 느껴지는 적산가옥의 향기. 철문을 너머 후문(정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후문이다. 이유는 아래에 나온다.
그 후문으로 들어가면 기이하게 높은 계단을 넘어 홀로 들어간다. 20명 남짓한 집이 실내에 화장실은 높다란 계단을 또 타고 넘어간다. 실내 화장실을 높여야 했던 옛 건물구조 탓인듯하다. 공간 분할이 되어 있어 호젓하게 차를 즐길 수 있다.



나름의 시그니처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황오동의 안쪽에 자리한 카페로서 나름 메리트가 있다.
황오동은 경주옛역의 뒤켠에 자리한다. 기찻길로 가로막혔던 길이다. 그래서 발전이 더뎠다. 대전역도 그러한데, 대전역 서부광장으로 나가면 대전시장, 그리고 성심장과 백화점이 자리한 은행동으로 이어진다. 동편은 그에 비해 낡은 판자촌이었다가 재생사업으로 독특한 미감을 발휘하는 곳이 되었다. 경주도 그렇다. 경주옛역 동편으로 발전이 지극히 더디던 공간이 재생사업 덕에 매력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마을호텔(여러 민박을 이어서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하는 사업)도 있다는듯.
그러나, 동네가 전반적으로 냉정히 말해 경주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감각이라면 그건 또 아니긴 하다. 그저 황남동길 번화가에 대한 플랜B 정도로 쉬어가는 동네로 들르게 되는 곳.
그럼에도, 이미 상업화된 다른 관광도시들, 군산이나 대전보다는 이제 막 발전해가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때묻지 않은 황오동만의 정취는 장점이 된다.


홀 옆의 쪽문(이라지만 원래는 여기가 현관이었을 테고)으로 나가면 제법 널찍한 마당이 나온다. 가을에 방문하면 마당 자리에서 머물만하다. 정문 별채는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마당 한켠엔 경주역 역장의 관사로 사용되었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호기심이 들어 지금은 막혀있는 정문 방향을 거리뷰로 찾아봤더니...이야. 꽤 멋진 저택이었겠다 싶다.
